"왜 방금 들은 이름이 생각 안 나지?", "비밀번호는 또 뭐였더라..." 반면, 어릴 때 들었던 만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나고, 옛날 친구의 전화번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정보를 잊어버리면서, 정작 쓸모없는 것들은 오래 기억하는 뇌의 아이러니에 당황하곤 하죠.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뇌는 무작정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뇌가 기억하는 정보는 자주 쓰이거나,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반복된 정보입니다. 즉, 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뇌 사용 습관에 따라 훈련되고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작은 습관들이 뇌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도치 않게 기억력을 방해하고 있는 일상 속 행동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기억력을 방해하는 습관들
● 스마트폰을 보며 다른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
● 부족한 수면과 피로 누적
●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 판단
● 단조로운 일상에서의 반복적 행동
이런 습관들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알고도 잘 고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돌려, 뇌가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기억하는지 그 원리를 알아보고, 기억력을 더 능동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기억을 돕는 뇌의 원리
뇌는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뇌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만 장기 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즉, 기억은 단순히 입력되는 정보량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 긴장감과 집중이 있는 상황, 예를 들어 시험 전날 벼락치기는 정보를 단기 집중력으로 밀어 넣지만, 그 과정에서 뇌는 해당 정보를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 감정적 연결: 감동적인 이야기, 강렬한 경험과 함께 입력된 정보는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며 더 오래 기억됩니다.
● 맥락 속 정보 처리: 숫자나 단편 정보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맥락을 가진 정보가 더 오래 남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생일 날짜보다 그날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함께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기억은 ‘입력’이 아니라 ‘의미 부여’에서 시작됩니다. 뇌에게 정보를 각인시키려면, 단순히 반복하는 것보다 왜 중요한지를 스스로 느끼고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2. '까먹는 뇌'를 깨우는 전략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히 '공부를 더 많이 한다'가 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틀을 깨고 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행동들이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1. 낯선 길 걷기 – 공간 기억 자극
매번 걷던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해 보세요. 길을 익히려는 과정에서 뇌의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부분)가 활성화됩니다. 이는 단순한 산책이 아닌, 뇌를 훈련하는 운동이 됩니다.
2. 그림으로 그려보기 – 시각적 기억 활용
단어만으로 외우기 어려운 정보는 도표, 만다라 차트, 마인드맵 등으로 그려보세요. 시각적인 정보는 뇌에 더 오래 남습니다. 특히 스스로 그린 그림은 기억에 더욱 강력하게 각인됩니다.
3. 멜로디에 얹어 외우기 – 음악의 힘
어릴 적 구구단을 노래로 외운 것처럼, 정보를 리듬이나 멜로디에 얹으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암기할 것이 있다면 스스로 리듬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향기와 기억을 연결하기 – 후각 기억 활용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감각입니다. 특정 향과 함께 공부하거나 정보를 접하면, 그 향기를 다시 맡았을 때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5. 연기처럼 외우기 – 감정 + 동작 기억
암기할 내용을 짧은 연극처럼 연기해 보세요. 말투, 제스처, 표정을 담아 외우면 뇌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경험’으로 인식하게 되어 훨씬 오래 기억합니다.
※ 추가 전략: 일상 속 ‘기억력 챌린지’ 해보기
작은 게임처럼 기억력을 자극하는 실천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아침에 어제 먹은 식사 메뉴 기억하기
● 처음 본 사람의 이름을 3번 이상 말해보기
● 방 안을 10초 보고 눈 감고 사물 위치 떠올리기
● 하루 한 단어 외우고 문장으로 써보기
이런 훈련은 뇌의 기억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작은 운동’이 됩니다.
3. 뇌를 똑똑하게 만드는 습관 5가지
1. 반복은 기억의 어머니
단순 반복보다 효과적인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보를 읽고 말하고, 쓰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뇌에 여러 통로로 정보를 입력해 보세요..
2. 수면은 최고의 기억 강화제
깊은 수면은 기억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기록의 힘을 활용하기
손으로 직접 쓰는 행위는 뇌를 더 활발히 자극합니다. 메모, 다이어리, 일기 쓰기 등은 기억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왜?라는 질문 던지기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가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통해 정보를 다른 정보와 연결하고, 논리적으로 구조화하면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5. 브레인 에너지 관리 – 뇌에도 체력이 있다
기억력도 체력처럼 소모됩니다. 90분 집중 후 15분 휴식, 충분한 수분 섭취, 복합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등 뇌 에너지를 유지하는 습관은 기억력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 '망각'의 지혜
기억에도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억력 저하를 나쁘게만 여기기 쉽지만,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일부러 지우기도 합니다. 이는 '망각'이라는 기능을 통해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뇌의 저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생존 전략입니다.
정보 과잉 시대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력 향상은 '모든 것을 외우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구분하고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마무리
우리는 기억력을 '나이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뇌는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습관을 바꾸고,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게 돕는다면, 다시 '기억하는 뇌'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뇌는 게으르지만 똑똑합니다. 자주 쓰는 길만 기억하죠. 그 길을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의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생각보다 기억력은 가까운 곳에서, 일상 속 습관에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