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주방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가장 과소평가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도마를 단지 '칼이 닿는 받침' 정도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도마 위에서 음식의 안전성과 위생이 결정됩니다.
특히 도마는 식재료와 주방도구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위생이 취약한 도마는 세균, 곰팡이,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온상이 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단순한 위생 문제를 넘어 가족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고기와 채소를 한 도마에서 처리한다는 단 한 번의 행동이 요즘같이 온도가 높아지는 계절에는 식중독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도마를 써야 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도마 재질', '분리 사용', '교체 주기'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위생과 건강을 좌우하는 도마의 세계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1. 재료별 도마의 특징과 차이
✅ 나무 도마
- 자연 친화적이고, 칼이 닿을 때의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 항균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건조 상태에서만 유지됩니다.
- 물에 잘 젖고, 칼자국 사이에 수분이 남으면 곰팡이나 세균이 증식하기 쉽습니다.
- 철저히 말리지 않으면 오히려 비위생적일 수 있으며, 가끔씩 삶거나 햇빛에 소독해줘야 합니다.
- 주방 인테리어나 촬영용으로는 인기가 많지만, 실제 사용할 때에는 관리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큰 편입니다.
✅ 플라스틱 도마
-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재질로, 가볍고 관리가 쉽습니다.
-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하며,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 그러나 칼자국이 깊게 남고, 그 사이로 세균이 번식할 수 있습니다.
- 표면이 거칠어졌거나 색이 변했다면 바로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색상별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분리 사용에 유리하지만, 지나치게 오래 쓰면 위생에 오히려 취약합니다.
✅ 항균 코팅 도마
- 항균 처리된 도마는 ‘세균을 억제한다’는 문구로 인기를 끌지만, 항균 코팅이 벗겨지면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 항균 도마라고 해도 세척은 필수이며, 무조건적인 위생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항균 기능은 세척 부담을 줄이는 수준일 뿐이지 분리 사용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 도마를 고를 때 '항균'이라는 마케팅 문구보다 코팅 내구성과 관리 방법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2. 재질보다 중요한 ‘분리 사용’
아무리 좋은 재질의 도마라도, 모든 재료를 한 도마에 사용하는 것은 오염의 위험이 큽니다. 특히 생고기나 생선은 박테리아와 기생충이 있을 수 있어, 헹궈서 사용한다 해도채소나 과일을 같은 도마에서 손질할 경우 쉽게 오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아래와 같은 분리는 필수입니다:
- 채소·과일 전용 도마
- 익히지 않은 고기 전용 도마
- 생선 전용 도마
색상이나 라벨링을 통해 용도를 구분하면 실수 없이 관리할 수 있으며, 위생 관리의 첫걸음이 됩니다. 특히 여름철이나 장마철처럼 세균 번식이 쉬운 계절에는 더욱 철저하게 분리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도마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은 식중독 예방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해산물을 손질한 도마와 채소용 도마를 반드시 분리해야 안전합니다.
간혹 주방이 좁거나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겸용'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가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도마 위생 관리 방법
도마 위생 문제는 단순히 음식 위생을 넘어서 가정 내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육류나 생선을 자주 다루는 가정에서는 도마가 식중독의 매개체가 되기 쉽습니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균인 살모넬라, 캠필로박터, 대장균은 도마와 칼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냉장 보관이나 가열 전의 상태에서 쉽게 퍼질 수 있어, 생고기와 채소류의 도마 분리는 특히 중요합니다.
또한 도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견과류, 갑각류, 우유 성분 등을 손질한 도마를 세척 없이 채소에 다시 사용하면, 민감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에는 도마 위생은 꼭 체크되어야 할 건강 관리입니다.
다만 위생적인 도마 관리를 위해 비싼 도마나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것이 필수는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관리 습관만 잘 지켜도 위생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도마는 오래 쓰면 쓸수록 표면에 깊은 칼자국이 생기고, 그 안에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 나무 도마
● 사용 후 즉시 주방 세제로 닦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 칼자국 틈에 세균이 남기 쉬우므로 주기적으로 굵은 소금이나 식초로 문질러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 햇볕에 말리거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수직으로 세워 말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 삶는 방식은 추천되지 않으며, 과도한 수분 노출은 도마를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2) 플라스틱 도마
● 고온에서 세척시 변형되거나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어 끓는 물이나 고온 식기세척기를 통한 세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한 주간 소독 루틴을 권장합니다.
● 표면에 깊은 칼자국이 생겼을 경우, 세균 번식 우려로 즉시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 건조 후에는 되도록 도마 거치대에 세워두어 통풍이 잘되게 해야 합니다.
3) 항균 도마
● 항균 도마라 해도 코팅이 벗겨지면 항균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하여 코팅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척해야 하며, 강한 열이나 세척제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항균 도마는 보조용으로 활용하되, 고기·생선용으로 단독 사용은 피하고 주기적인 교체가 중요합니다.
이처럼 도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재질에 맞는 세척 방식과 '완전한 건조'입니다. 아무리 자주 닦아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과 곰팡이의 번식이 쉽게 유발됩니다. 그 대안으로 요즘에는 도마 전용 살균 건조대나 UV 살균기를 활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필수는 아니지만, 관리가 어렵거나 주방의 통풍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효과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도마는 매일 사용하는 도구이지만, 그만큼 가장 쉽게 위생 사각지대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재질을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용도에 따라 구분해 쓰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체하는 습관입니다.
음식을 통해 전달되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이미 오염된 도마에서 하루 세 끼를 준비한다면, 아무리 좋은 식재료도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식생활은 거창한 식단이나 고급 식재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올려두는 ‘도마 위’에서 이미 결정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 도마의 상태를 주방의 1번지로 생각하고 한번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보이지 않는 건강의 시작이 거기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