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는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서 필수로 자리 잡은 생활 가전입니다. 그런데 같은 물이라도 피부에 닿는 샤워 물은 어떨까요? 마시는 물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과연 깨끗하고 안전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먹는 물의 질에는 민감하면서도, 샤워에 사용하는 물의 상태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피부는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우리 몸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큰 장기’입니다. 그런 피부에 매일같이 닿는 물의 질이 좋지 않다면,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 그 피부에 닿는 물이 어떤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돗물은 보기엔 맑아 보여도, 그 안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부나 두피가 민감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성분이 작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 속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피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수돗물 속 성분
1) 깨끗해 보여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의 수돗물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지만, 그것은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실제로 가정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요인이 개입됩니다. 수도관이 오래된 건물의 경우에는 녹슨 배관에서 나온 불순물이 섞이기도 합니다. 특히 20년 이상 된 주택의 경우, 낡은 수도관을 통해 녹물이나 중금속(납, 구리 등)이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성분은 인체에 축적될 수 있고,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모발에 잔류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수돗물에는 기본적으로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염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잔류 염소’라고 부릅니다. 이 염소 성분은 냄새뿐 아니라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는 않아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씻는 물은 피부와 두피를 통해도 우리 몸과 접촉합니다. 특히 뜨거운 물로 샤워할 경우, 모공이 열리면서 더 많은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 맑은 물이라는 이유로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2) 피부가 민감한 사람일수록 더 예민한 이유
피부가 건조하거나 예민한 사람일수록 수돗물 속 염소나 중금속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염소는 피부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지질층을 손상시켜 건조함과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사람의 경우, 수돗물 샤워 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모발과 두피도 예외는 아닙니다. 샴푸 후 아무리 컨디셔너를 써도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거나, 두피가 따갑고 간지러운 경우, 원인이 물 자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탈모 예방과 두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샤워기 필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피부는 어른보다 훨씬 얇고 민감하기 때문에, 수질에 대한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아이가 자주 피부를 긁거나 붉은 반점이 자주 생긴다면, 사용하는 샤워기의 물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샤워기 필터 선택 팁
샤워기 필터가 요즘 들어 생활 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지만, 무작정 아무 제품이나 사는 것은 오히려 피부에 더 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샤워기 필터는 종류에 따라 제거할 수 있는 오염물질이 다르고, 필터 성분이나 구조에 따라서 기능도 차이가 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집 수질 상태와 가족 구성원의 피부 상태에 따라 필요한 필터 기능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필터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교체 주기를 지키지 않거나 인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 오히려 세균 번식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샤워기 필터를 선택하고, 정말 우리 집에 필요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1) 내게 맞는 필터는?
- 정수형 필터: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타입으로 염소와 녹물 제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 비타민 필터형: 비타민C 성분을 포함하여 염소를 중화하면서 향과 보습 효과를 더해 줍니다. 단, 인공향료나 첨가물이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어 예민한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 마이크로 필터형: 5~10마이크론 수준의 미세 불순물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입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유물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말고, 필터의 성분과 제거 가능한 오염물질은 무엇이지, 필터 교체 주기와 인증 마크(KC, NSF 등)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필터 교체 주기는 보통 1~2개월이지만, 사용하는 수압과 가족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2) 꼭 써야 할까?
모든 가정에 샤워기 필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조건에 해당한다면, 설치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가족 중 아토피, 건선,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경우
- 샤워 후 피부가 자주 가렵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반복될 경우
- 두피가 따갑거나, 머릿결이 심하게 푸석해지는 경우
- 수도관이 오래된 주택, 빌라, 구축 아파트에 거주 중일 경우
- 수돗물에서 금속 냄새나 이물감이 느껴지는 경우
또한 겨울철처럼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 시기에는 샤워기 필터를 사용하면 피부 건조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필터를 설치한 후 피부 상태가 개선되었다는 사용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물은 그냥 맑기만 하면 안 됩니다. 샤워기 필터는 단순한 위생용품이라는 개념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작은 장치입니다. 정수기는 마시기 위해 사용한다면, 샤워기 필터는 피부와 모발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은 맑아 보여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피부는 매일 그것을 기억하고 반응합니다. 작은 선택 하나가 가족의 건강을 바꾸고, 민감한 피부의 트러블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선택은 결코 사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