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하다 보면 이런 물건 하나쯤은 생긴다.
"이거 진짜 유용하겠지?" 싶어서 샀는데…
두 번 쓰고 서랍 속으로 들어가서는 그 뒤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런 '잠깐 반짝였던 살림템'에 대한 고백이자,
나만 그런 게 아니길 바라는 소소한 위로입니다.
다음은 당시에 꽤나 기대하며 샀지만 이제는 내 주방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물건과 그럴만한 이유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잠깐 쓰고 사라진 살림템
1) 전용은 전용일뿐, 달걀찜기
한때 "물만 넣고 버튼 누르면 끝!"이라는 말에 혹해서 샀습니다.
처음엔 재미도 있고, 결과물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설거지가 애매하더라고요..
냄비 하나면 충분히 되는 걸, 굳이 이걸 꺼내야 하나?
결국 다시 냄비와 전자레인지로 회귀.
2) 마늘 다지기 – 다지는 건 좋은데, 닦는 게 지옥
처음엔 정말 편했습니다.
마늘을 통에 넣고 손잡이만 당기면 순식간에 다져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세척.
칼날 주변에 낀 마늘이 말라붙으면, 그냥 손으로 다지는 게 낫다 싶더라고요..
지금은 망설임 없이 다진 마늘 한 통 사서 냉동.
3) 채소 탈수기 – 부피만큼 존재감도 큼
마트에서 신선채소를 사다 보면 물기를 빼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
그래서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한두 번 돌리는 재미는 있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
부피가 워낙 크다 보니 설거지 후 건조, 보관이 애매하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키친타월이나 면행주로 톡톡.
4) 실리콘 뚜껑 세트 – 모양은 예쁜데 실사용은?
환경 보호에도 좋고, 여러 크기로 활용 가능하다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처럼 딱 밀착되지 않고 흐물거려서
한참 씨름하다 결국 랩을 꺼냈습니다.
디자인은 예뻐서 냉장고 안에서는 포인트 소품 느낌(?)
5) 수동 커피 분쇄기 – 감성은 좋은데 현실은 불편
이건 내 경험담입니다.
카페 분위기를 집에서 느끼고 싶어서
나무 재질의 수동 커피 분쇄기를 샀습니다.
돌릴 때마다 고소한 원두향도 좋았고,
커피를 직접 '갈아 마신다'는 행위가 주는 만족감도 있었죠.
하지만 현실은…
내부에 낀 원두가루 청소가 너무 힘들었어요.
나무 재질이다 보니 물청소가 어렵고,
가루가 끼는 부분을 솔로 일일이 털어내다 지쳤더라고요..
결국 지금은 버튼 한 번으로 끝나는 자동 분쇄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살림템이 '반짝 후 퇴장'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알게 된 건 있습니다.
"살림은 결국 덜 귀찮은 쪽이 살아남는다."라는 결론을 얻고서
지금도 자주 손이 가는 도구가 진짜 나에게 맞는 물건이라는 것.
다시 사지는 않겠지만,
한때의 실패도 내 살림 루틴을 만들어준 경험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2. 내 주방에 살아남은 실속템
1) 전자레인지 찜용 실리콘 용기
혼자 먹을 양만 간단하게 조리할 때 이만한 게 없어요.
고구마나 단호박, 계란찜 등 이 용기 하나로 뚝딱.
설거지도 덜 나오고, 기름도 안 쓰니 건강에도 좋습니다..
전자레인지 전용 실리콘이라 안심하고 쓸 수 있고,
접이식이라 사용하지 않을 땐 부피도 작아져서 수납이 편해요.
소소한 팁: 냄새가 배었을 땐 베이킹소다 넣고 뜨거운 물에 10분 담가두면 어느 정도 제거돼요.
2) 미니 전기포트형 찜기 – 귀차니즘 타파
라면포트처럼 생겼지만 ‘찜’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
고구마, 달걀, 단호박, 만두 같은 간단한 간식 찜용으로
정말 간편해요. 시간 예약은 없어도 자동 꺼짐 기능 덕분에
방심해도 괜찮은 안전함도 추가할만한 장점입니다.
부피 있는 찜솥 대신 정말 손이 자주 가서 아예 싱크대 한편에
꺼내놓고 사용하는 주방 필수템입니다.
3) 칸칸 나뉜 유리 반찬용기 세트 – 한 번 담고 끝
나눠진 칸 덕분에 여러 반찬을 한 번에 담고 데우기까지 가능합니다.
오븐·전자레인지 겸용이라 국물 있는 반찬도 데울 수 있고
그릇째로 상에 올려도 깔끔해 보여요. 사이즈 다양하게 더 구매할 예정템!
‘이거 하나면 해결’ 느낌이 좋아서 자꾸 찾게 돼요.
4) 실리콘 주방 장갑 – 설거지 스트레스 덜어주는 구세주
처음엔 ‘굳이?’ 했는데 써보니 진짜 물건.
스펀지 대신 장갑 손바닥에 돌기가 있어서
주방세제만 있으면 바로 설거지가 가능합니다.
뜨거운 물도 버틸 수 있어서 냄비나 프라이팬 닦을 때도 유용하고,
손이 덜 젖으니 손끝 갈라짐도 줄었습니다.
활용법: 주방 외에도 욕실 청소나 반려동물 털 제거용으로도 꽤 괜찮아요.
3. 나의 선택 기준 3가지
1) 설거지가 편한가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진 않아도, 한 끼 먹고 나면 꼭 나오는 게 설거지입니다.
복잡한 구조나 틈이 많은 도구는 관리가 쉽지 않아서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씻을 때 귀찮지 않은가?"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2) 전자레인지 or 오븐에 바로 넣을 수 있나
따로 옮길 필요 없이 한 번에 데우고, 그릇으로도 쓸 수 있으면 금상첨화.
불필요한 옮김이 없으면 귀찮음도 줄고, 설거지도 줄어요.
그래서 실리콘 용기나 유리 반찬 용기는 시간 절약도 되고 실용적인 면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됩니다.
3) 주방에 그냥 꺼내놔도 예쁜가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주 쓰는 건 늘 밖에 나와 있어요.
그래서 디자인도 중요합니다. 너무 알록달록하거나 싸구려 느낌 나는 건 오래 못 쓰게 되곤 해서
주방 분위기의 조화상 심플한 스테인리스나 무채색 실리콘이 결국 손에 남더라고요.
마무리
평일 아침에는 찜기에 고구마나 달걀을 돌려놓고, 그 사이 유리용기에 전날 해둔 반찬 꺼내 밥 세팅.
실리콘 용기에 계란찜 돌려 먹고, 설거지 3개로 끝입니다.
살림템은 결국 자주 손이 가는가, 안 가는가로 갈리더라고요.
오늘 소개한 이 물건들은 작지만 강한 실속형이라
하루하루 살림에서 진짜 도움 되는 아이템들이었어요.
기왕 사는 거라면 예쁘기만 한 것보다,
매일 쓰게 되는 실용템 한두 개 더 알아두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선택 아닐까요?
처음엔 반짝하고 사라졌던 물건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살아남은 살림템들을 보면, 편리함과 꾸준함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저처럼 ‘간단한데 꽤 유용한 것’만 고르고 싶은 분들께 이 리스트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